힘 빼기

2023-05-13(토)

괜히 시작했나 싶다. 하루 건너 하루, 이틀 건너 하루, 삼일 건너 하루, 그리고 지금은 거의 손을 놓고 지낸다. 이 모든 게 의지와 별개로 몸의 무력함과 통증 탓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전에는 지나간 시간을 탓했고 그 다음에는 몸을 탓 했다.

계속 이렇게 탓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아침 6시가 되면 절로 눈이 떠진다. 더 자보지만 8시면 또 눈이 떠진다. 오전 기상을 염원했다. 눈꺼풀이 무겁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조금만 걸어도 하루 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는 것 같았다. 길바닥에 버려진 에너지였다. 어딜 가도 머리가 어지럽다. 몸은 천근만근.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노화의 과정이려니 하고 넘겨야 하나. 그러기엔 운동 관련 책이 배게 옆에 두고 지낸다는 건 비밀... 

금요일이었던 어제 도서관에 왔는데 휴무였다. 욕심만큼 가방은 무거웠다. 도서관 휴무 일이 바뀐다는 공지가 있었던 게 기억났다. 나 같은 사람은 나만이 아닌 게 조금 위로가 됐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덜렁덜렁 걸었다. 으아.. 발 아프다. 원래는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카페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게 지루해서 걸었다. 버스 정류장이 멀어졌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몸이 처진다. 대체로 처음으로 계획했던 게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커피는 반 넘게 남았다. 그 커피를 들고 카페에 가서 곰부차를 주문했다. 커피와 곰부차를 번갈아 마셨다. 폭탄주를 마신 효과처럼 두통이 왔다. 독서실처럼 한 쪽 방향으로 죽 늘어선 자리는 남지 않았다. 운 좋게 한 자리가 났다. 그리 탐 나던 자리는 테이블과 의자 사이가 멀었다. 의자는 고정되어있는 벤치 소파다. 엉덩이를 의자 끝으로 옮겼다. 돈을 얼마나 썼나. 커피 그리고 차. 에너지와 돈을 길바닥에 뿌린다.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약한 내가 기어오른다. 나에게 속지 않을 테다. 오기를 부리듯 눈을 부라리며 문제집을 풀었다. 목과 등이 삐었다. 집에 돌아와 등과 어깨를 푸는 영상을 검색했다.

오늘 6시에 일어나서 아침 수영을 갔다. 어깨에 힘을 빼는 데 집중했다. 천천히 물을 느꼈다. 30분도 안 했는데 체력이 방전됐다. 걷기 레인으로 옮겼다. 수경을 끼고 잠수를 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힘도 없는데 힘주고 살았다. 제대로 힘을 주는 방법을 모르고 힘을 줬다. 병원에 갈 때마다 목이 딱딱하고 했다. 일 주일에 주사를 두 번 맞았다. 갈 때마다 목이 굳었다고 했다. 몰랐다. 내가 그렇게 힘주며 살았는지.

2시 반에 에어컨 설치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서 나왔다. 한 시간 후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실외기가 고장이라고 한다. 가스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 그럼 어떻게 하나. 에어컨 기사 님은 '캐리어'에서  중고 15만원 안쪽으로 구입하면 괜찮게 산 거라고 했다. 그 이상이면 새로 설치가 낫다고 한다. 처음 약속했던 에어컨 기사는 예약을 파기했다. 드디어 오늘, 에어컨 설치 숙제에서 벗어나리라 생각했는데. 힘이 없는데 더 힘이 빠진다. 쭉쭉... 쫙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