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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을 했다. 지도 공원 두 바퀴를 돌았다. 숏 패딩을 입고 나왔더니 금세 땀이 났다. 일요일 오전 열 한시 치곤 산책 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11시 40분. 지도 공원을 빠져나왔을 때 산책로는 서서히 붐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심 전 간단히 운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이미 점심을 먹고 소화하려는 목적의 산책인 걸까. 패딩을 다시 입었다가 벗었다 했다. 오늘은 3월 14일. 포근하고 따듯한 날씨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커피 집에 들렀다. 하삼동 커피라고 곳이었다. 몇 개 없는 한국어로 작명 된 커피숍이다. 여 타의 빅싸이즈 커피 가게처럼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한글로 된 커피 집은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은 이 가게는 테이크아웃 위주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왔었고, 퇴근 길에도 한 번 들린 적이 있다. 오늘은 아이스라테 대신 돌체 라테를 주문했다. 단 커피를 주문하고는 달 까 걱정을 했다. 스타벅스에서 몇 번 먹어봤는데 다른 곳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커피를 받아 들어 한 입 쪽 빨았다. 연유가 들어있어 머리가 핑 돌만큼 달았다. 그리고 맛있었다. 내게 단 것이 필요했던 것이 단 걸 먹고 나서야 깨달았다. 원하는 걸 알아차리는 건 이렇게 단순하면서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 원 정도의 가격 차이에 나는 조금 머뭇거렸고. 주문이 실패할까 걱정했었다. 주문을 한 뒤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결국 고작 천 원 손해일 뿐이다. 작은 것에도 실패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걸 보니, 나는 확실히 실패에 상처를 받은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천 원을 손해 본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줄 곧, 실패만 했다. 단 한 번도 이루고자 한 것에 도달 해 본 적이 없다. 내 삶을 끌고 갈 힘도 용기도 없어질 때 쯤, 나는 인생의 쓰나미에 좌초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집어삼키려 했던 거대한 파도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는 건 언제나 고단하다. 이게 아니었어도 나는 다른 신으로 고단했을 것이다. 힘든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단단해졌다. 이제는 웬만한 것들은 그저, 작고 작은 실패처럼 보인다. 작고 작은 그것들은 티끌만 한 스크래치도 남길 수 없다. 나는 훌훌 털어버리고 내 갈 길을 갈 수 있다. 고작 천 원 정도이지 않을까, 하면서 시시껄렁하게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놓고 갈길 간다. 아, 단 걸 먹으니 확실히 기분도 달아진다. 이래서 사람들은 단 걸 먹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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